
현금을 그냥 예금통장에 묵혀두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미국 단기채 금리가 여전히 연 4%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 수익을 세금 새어나가지 않게 받을 방법을 두고 미국 ETF 시장에서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BOXX, XBOX, CMBO에 이어 CBOX, XCSH, LBOX까지 줄줄이 등장하면서, 박스 스프레드라는 낯선 구조를 쓰는 파킹통장형 미국 ETF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나 역시 비상시에 대비한 저수지 통장을 USD는 BOXX로, KRW는 머니마켓 ETF로 나눠 운용하고 있어서 이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왜 박스 스프레드 ETF가 유행일까
지난 3월 알파아키텍트의 BOXX가 독주하던 시장에 라운드힐의 XBOX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작됐다. BOXX는 총보수 0.24%(수수료 면제 적용 시 0.19%)를 받았는데, XBOX는 총보수 0.1949%(면제 적용 시 순보수 0.1449%)로 더 낮은 가격을 들고 나왔다.
뒤이어 웨이파인더의 CMBO가 0~12개월 구간을 노리며 합류했고, 8월에는 칼라모스의 CBOX와 엑스펀즈의 XCSH가 잇따라 상장했다. 여기에 8월 25일 그래나이트셰어즈의 LBOX가 순보수 0.1349%라는 업계 최저가를 내걸고 등장하면서 경쟁은 한 단계 더 치열해졌다.
박스 스프레드 ETF 카테고리 전체 자산은 1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나 16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 중 원조 격인 BOXX 혼자 약 14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재무부가 지난 7월 이런 구조를 두고 잠재적으로 남용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내비친 만큼, 세금을 아끼려는 수요만큼이나 규제 리스크도 함께 커지고 있는 셈이다.

BOXX, LBOX 류의 ETF는 왜 배당 대신 주가 상승분으로 돌려줄까
박스 스프레드는 만기와 행사가가 다른 콜옵션과 풋옵션 네 개를 조합해 만기 시점의 손익을 미리 고정해두는 옵션 전략이다. 이 구조를 이용하면 국채와 비슷한 수익을 내면서도, 그 수익을 매달 나눠주는 대신 펀드 순자산가치 상승분으로 쌓아둘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기 전까지 과세 대상 소득이 발생하지 않고, 나중에 팔았을 때 비로소 자본이득으로 처리된다. 미국 투자자 기준으로 1년 넘게 보유하면 장기 양도소득세율(최고 20%)이 적용되는 반면, 이자소득으로 받으면 최고 37% 세율이 붙을 수 있으니 그 격차가 상당하다. 다만 미국 국세청이 이 구조를 명시적으로 승인한 것은 아니라서, 향후 과세 방식이 바뀔 소지가 아예 없지는 않다.
JAAA와 TFLO는 어떤 방식으로 세후 수익을 높일까
같은 현금관리 카테고리 안에서도 JAAA(재너스헨더슨 AAA CLO ETF)와 TFLO(아이셰어즈 국채 변동금리채 ETF)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JAAA는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CLO 트랜치만 담아서 국채보다 약 0.9%포인트 높은 월 분배율 4.95%를 지급한다. 608개 종목에 분산돼 있고 가장 큰 비중도 1.04%에 불과해 개별 부도 위험은 낮은 편이다.
TFLO는 자산의 99.6%를 국채 변동금리채로 채워 매주 금리를 재조정하는데, 이 이자는 미국 주세와 지방세가 면제된다. 다만 JAAA의 분배금은 이자소득으로 그대로 과세되고, TFLO의 세제 혜택은 미국 거주자의 주세 문제라서 나라가 다른 우리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참고로 미국주식수수료 측면에서는 TFLO가 세 상품 중 가장 저렴하다.
이 절세 구조가 한국 투자자에게는 어떻게 적용될까
한국 투자자가 국내 계좌로 미국 상장 ETF를 직접 매수하면 분배금은 배당소득으로 잡혀 다른 이자·배당과 합산해 연 2,000만 원을 넘기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지만, 매도차익은 해외주식양도소득세 대상으로 분류돼 250만 원 공제 후 22% 단일세율로 끝난다.
즉 BOXX처럼 배당을 아예 주지 않고 가격 상승분으로만 돌려주는 구조라면,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팔 때까지 과세를 미룰 수 있고 팔더라도 늘 양도소득으로 분류과세된다는 뜻이다. 반면 정기적으로 분배금을 주는 주식이나 ETF 상품은 그 금액이 그대로 배당소득으로 잡혀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를 채우는 데 일조한다.
다만 BOXX, LBOX 같은 미국 직상장 ETF는 연금저축펀드나 IRP, ISA 같은 국내 절세 계좌에서는 애초에 매수할 수 없고, 오직 일반 해외주식 위탁계좌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 절세 구조는 어디까지나 일반 계좌를 이용하는 투자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결국 셀프배당 개념과 똑같은 원리로, 언제 팔아서 과세소득을 인식할지를 투자자 스스로 정할 수 있는 BOXX 쪽 구조가 종합과세를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 유리하다. 지수 ETF는 지수 ETF대로 계속 들고 가고, 현금성 자산은 자산 배분의 한 축으로 따로 관리하는 것이 달러 ETF 종류를 고를 때의 기본 원칙이라고 본다.
운용사가 정해준 분배금을 수동적으로 받기보다, 투자자 스스로 매도 시점과 금액을 정해 현금흐름과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주도적으로 통제하는 ‘셀프배당’의 구체적인 세금 구조와 원리는 아래 글에서 자세히 정리한 바 있다.
관련 포스트: 고배당 ETF 커버드콜 ETF의 함정, JEPI / JEPQ / ULTY 중 최고는?
다만 이 매도차익은 원화 환산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보유 기간 중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 기준 수익이 크지 않아도 환차익까지 포함된 양도소득세를 낼 수 있고, 반대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이자수익을 벌고도 환차손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안판다의 생각
나는 비상시에 대비한 저수지 통장을 통화별로 나눠서 굴리고 있다. 원화는 국내 머니마켓 ETF에, 달러는 BOXX에 넣어두는 식이다.
시장 전체를 담는 지수 ETF를 헐값에 매도하지 않고 장기 우상향의 시간을 벌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포트폴리오의 완충 장치로 따로 떼어두어야 하는 구조적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다룬 적이 있다
관련 포스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배신, 44년 만의 채권 포기
BOXX ETF를 사용하는 주된 목적은 배당시기를 조절해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함이다. 몇년 전만 해도 국내 머니마켓 ETF도 BOXX처럼 배당을 이연할수 있었는데 법이 바뀌어 강제 배당을 실시하는 바람에 BOXX로 피난을 간거다.
매년 배당과 이자를 합산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지 여부를 신경 써야 하는 입장에서는, 필요할 때만 조금씩 팔아서 현금을 만드는 쪽이 훨씬 통제하기 쉽다. 이건 예전에 다룬 셀프배당 개념과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다.
물론 이 구조가 영원히 지금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세청 판단이 바뀌면 과세 방식도 달라질 수 있고, 수수료 경쟁이 심해질수록 신생 ETF들의 생존력도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현금을 그냥 예금통장에 묵혀두는 것보다는, 세금까지 계산에 넣고 굴리는 편이 장기적으로 남는 게 많다고 본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박스 스프레드 ETF들이 최근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뭔가?
현금성 자산에서도 세후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낮은 수수료로 국채 수익을 자본이득으로 바꿔주는 구조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BOXX 이후 XBOX, CMBO, CBOX, XCSH, LBOX까지 잇따라 출시되며 보수 인하 경쟁까지 벌어졌다.
Q2. BOXX가 배당을 주지 않는데도 인기 있는 이유는 뭔가?
배당을 주지 않고 가격 상승분으로만 수익을 쌓기 때문에,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팔기 전까지는 과세 대상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세금 납부 시점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매력이다.
Q3. 한국 투자자가 이 ETF들을 살 때 세금은 어떻게 적용되나?
국내 계좌로 미국 상장 ETF를 직접 매수하면 분배금은 배당소득으로, 매도차익은 양도소득으로 각각 과세된다. 분배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2,000만 원 한도에 합산되지만, 매도차익은 250만 원 공제 후 22% 단일세율로 분류과세되어 종합과세와 무관하게 처리된다. 다만 매도차익은 원화 환산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제 세액이 달라질 수 있다.
Q4. 이런 절세형 ETF는 어떤 계좌에서 굴리는 게 유리한가?
BOXX 류의 미국 직상장 ETF는 연금저축펀드, IRP, ISA 같은 국내 절세 계좌에서는 매수 자체가 불가능하고 일반 해외주식 위탁계좌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그 일반 계좌 안에서는 배당 대신 매도차익으로 수익을 받는 구조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고 양도소득세로 분리해 세금을 조절하려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