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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와 시기심, 코스피 폭등 시기에 S&P500만 붙잡고 있는게 맞을까?

코스피 급등 그래프와 S&P500 우상향 그래프가 균형을 이루는 저울 일러스트

요즘 사람들이 2-3명만 모여도주식 얘기로 정신이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누군가는 몇 달 만에 수익률이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찍었다고 자랑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뉴스가 매일같이 뜬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S&P500 인덱스 펀드를 붙잡고 있다. 국장이 오르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스멀스멀 불편해진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좋은 흐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 감정에 흔히 붙이는 이름이 FOMO다. 그런데 찰리 멍거의 글을 읽다가 이 감정의 진짜 얼굴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지금 이 감정, 정말 FOMO일까

FOMO는 놓칠까 봐 두려운 감정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이 감정의 핵심은 두려움이 아니라 비교다. 코스피가 오르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불편함을 느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내 수익률이 아니라, 남의 수익률과 내 수익률 사이의 격차다.

찰리 멍거는 2022년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은 탐욕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 시기심이 움직이는 거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내가 요즘 느끼는 이 초조함의 정체가 FOMO라는 가벼운 이름보다 시기심이라는 더 무거운 이름에 가깝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찰스 P. 킨들버거는 그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에서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자신의 안녕과 판단력을 흔드는 것은 없다”라고 썼다. 시기심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일지도 모른다.

탐욕은 채워지지만 시기심은 끝이 없다

멍거는 탐욕과 시기심을 명확히 구분한다. 탐욕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라서,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채워지면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시기심은 철저히 관계적인 감정이다. 내가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더 가진 것이 무엇이냐에 반응한다.

이 구분이 지금 내 상황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내 계좌는 몇 년 전보다 분명히 불어났다. 그런데 그 사실은 별로 위로가 되지 않는다. 코스피가 오르는 순간, 내 만족의 기준선은 즉시 재조정되기 때문이다.

멍거의 말대로 “모두가 예전보다 다섯 배는 더 잘살게 됐는데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오직 누군가 나보다 더 가졌다는 사실만 생각한다”는 게 정확히 지금의 내 모습이다.

스마트폰 수익률 인증 피드를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일러스트

왜 남의 수익률에 흔들리는가

이 감정이 유난히 끈질긴 이유가 있다. 멍거는 인류가 대부분의 역사를 작은 무리 속에서 살았고, 그 안에서 상대적 지위는 곧 생존의 문제였다고 짚는다. 이웃이 나보다 식량과 영향력이 많으면 그 차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존 위협이었다.

문제는 그 원시적 본능이 지금도 그대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작은 부족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국장 커뮤니티와 실시간 수익률 인증 피드가 대신하고 있다. 코스피 급등 뉴스와 누군가의 인증 글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환경에서, 내 안의 오래된 비교 본능은 조용히 있을 수가 없다.

시기심은 아무 이득이 없다

멍거가 특히 강조한 부분이 있다. 시기심은 유일하게 아무런 즐거움도 주지 않는 감정이라는 점이다. 폭식은 그래도 맛있는 한 끼를 남기고, 탐욕은 순간의 만족을 준다. 하지만 시기심은 어떤 순간에도 보상 없이 그저 괴로움과 나쁜 행동만 낳는다.

투자에서 이 나쁜 행동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랫동안 지켜온 전략을 갑자기 버리고 급등 종목을 추격 매수하거나, 인덱스 펀드를 팔아 국장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멍거는 이렇게 정리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자기 삶을 망친다. 시기심으로 도대체 무슨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늘 누군가는 나보다 더 잘하고 있을 텐데, 그러니 시기심은 정말 어리석은 거다”.

각자 다른 출발점에서 걸어가는 두 사람을 표현한 내부 벤치마크 일러스트

기준을 바꾸면 초조함이 사라진다: 내부 벤치마크

그렇다면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여기서 모건 하우절이 제시한 개념이 유용하다. 하우절은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을 두 가지로 나눈다. 자신과 비교하는 내부 벤치마크, 그리고 남과 비교하는 외부 벤치마크다.

하우절이 드는 예시가 인상적이다. 이미 억만장자인 제프 베조스가 새 회사를 세워 매출 1억 달러를 찍고 10억 달러에 팔았다면 그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일상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같은 성과를 냈다면 인생이 바뀔 사건이 된다. 모든 성취에는 저마다의 출발점이 있고, 내가 얻거나 잃는 것은 항상 그 출발점과의 거리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외부 벤치마크에만 몰두하면 어떤 성취를 이뤄도 만족할 수 없다. 늘 누군가는 나보다 빨리 부자가 되고 있고, 그 사실을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를 통해 계속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코스피를 볼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이 정확히 이 구조에서 나온다.

안판다의 생각

하우절은 투자자들이 저마다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짚는다. 19살 데이트레이더와 100년 시계로 움직이는 재단은 전혀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도, 시장에는 유일하게 통용되는 외부 벤치마크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며칠간의 수익률이 특정 지수 대비 얼마인지가 그 기준이다.

나는 미국 인덱스 지수에 장기투자하여 은퇴 시점의 자산을 늘리려는 사람이다. 국장의 단기 급등 사이클을 쫓아 종목을 갈아타는 사람과는 아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코스피라는 외부 벤치마크를 무의식적으로 내 기준선에 끌어다 놓고 있었다.

하우절의 문장 중 가장 마음에 남는 대목은 이거다. “투자에서 성공하는 핵심은 기회에는 반응하되 FOMO에는 무덤덤해지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미묘하지만, FOMO는 남이 얼마나 빨리 부자가 되고 있는지라는 외부 벤치마크에 나를 고정시키는 데서 나온다”.

코스피가 오르는 걸 보고 실제 기회를 판단하는 것과, 단지 남보다 뒤처졌다는 감정에 휘둘려 전략을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나는 변함없이 S&P500 인덱스에 투자하며, 당연히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코스피가 계속 오르는데 S&P500 ETF를 계속 들고 있어도 될까

그 판단은 코스피 수익률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 목적과 시간지평을 기준으로 내려야 한다. 남과 비교해서 내리는 결정은 대개 좋은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Q2. FOMO와 시기심은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

FOMO는 흔히 두려움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뿌리를 파고들면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시기심에 가깝다. 멍거가 지적했듯 시기심은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남이 나보다 더 가진 것에 반응하는 감정이다.

Q3. 내부 벤치마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우면 되나

남의 수익률이 아니라 몇 년 전의 내 자산, 내가 처음 세운 목표와 지금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게임이 아닌 나의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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