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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장일때 매도해야 한다면? 은퇴자를 위협하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빈틈

은퇴자가 폭락장 위기 속에서 올바른 자산 배분 나침반을 들고 안정적인 노후 자금 인출 전략을 찾아가는 상징적 일러스트

미국 S&P500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우상향했다. 폭락장이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 시장은 매번 이전 고점을 다시 뚫었다.

그런데 급여 수입이 없는 은퇴자에게는 이 그래프가 다르게 읽힌다. 언젠가 회복이 온다는 걸 알아도, 그 사이 매달 생활비를 인출해야 하는 사람에게 폭락장은 그냥 지나가는 구간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시장 지수 투자만으로는 은퇴를 완벽히 대비할 수 없는지,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정리한다.

인출 순서 위험, 은퇴후 하락장이 길게 이어진다면?

은퇴 전 투자자와 은퇴자의 가장 큰 차이는 선택권이다. 소득이 있는 투자자는 하락장이 와도 회복할 때까지 버티면 되지만, 은퇴자는 매달 필요한 생활비를 위해 보유한 자산을 일부 매도해서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재무설계 업계는 이를 ‘인출 순서 위험’이라 부른다. 은퇴 초반 하락장에서 인출한 자산은 이후 회복장에 참여할 기회를 영영 잃기 때문이다.

실제로 S&P 500은 닷컴버블 붕괴 후 2002년 저점에서 새 고점을 찍기까지 5년이 걸렸다. 2009년 저점 기준으로는 2007년 옛 고점을 완전히 회복하는 데 다시 4년이 필요했고, 어느 구간을 기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3년까지 지수가 물밑에 있었다.

S&P500 몰빵의 함정

지수 투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한 계좌에 ‘내년 생활비’와 ’25년 뒤 쓸 돈’을 동시에 맡기는 방식이다.

은퇴 설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치 생활비는 현금이나 초단기 자산으로, 5년 치는 현금성 자산과 채권으로 미리 떼어두라고 조언한다. 이런 완충 장치를 ‘워 체스트 (War Chest)’라 부르며, 목적은 하락장 한복판에서 장기 자산을 강제로 팔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워 체스트는 직역하면 ‘전쟁 자금’ 이지만 쉬운 말로는 그냥 비상금이다. 와이프 몰래 꿍쳐 놓는 비상금이 아니라, 시장 폭락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예비 자금 인거다.

솔직히 돈이 많든 적든 5년치 생활비를 현금성 자산으로 예비해 놓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경우 2년치 정도를 예비해 놓는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위의 4-13년은 정말 극단적인 경우이고 아래 내가 직접 만든 S&P500 폭락의 역사 차트를 살펴보면 알수 있듯 2년 정도면 시장이 충분히 회복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우하향하는 하락장 그래프 앞에서도 은퇴자가 '워 체스트' 현금 보관함에서 생활비를 꺼내 쓰며 차분함을 유지하는 일러스트

2022년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무너진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핵심은 채권이었다. 주식이 흔들리면 채권이 버텨준다는 전제 아래 60/40 포트폴리오가 오랫동안 정석으로 통했다.

은퇴 시점을 앞두고 채권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글라이드 패스’나, 은퇴 전후 한시적으로 채권을 두툼하게 쌓는 ‘채권 텐트’ 전략도 있다.

그런데 2022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며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무너져 60/40 포트폴리오는 거의 20%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서로 반대로 움직여야 할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린 사건이었다.

주식의 하락을 채권이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던 구체적인 경험과,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를 내려놓게 된 배경은 아래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다.

관련 포스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배신, 44년 만의 채권 포기

여기에 S&P 500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이 AI 관련 소수 종목에 쏠려 있다는 점도 새로운 변수다. 전통적으로 20~30개 종목만 섞어도 개별 기업 위험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지수 안에서도 특정 테마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

그래서 나는 현금과 지수ETF로 이렇게 대비한다

여러 자산을 정교하게 섞는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가 이론적으로는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채권과 주식의 동조화가 반복되는 요즘 시장에서 그 정교함이 생각보다 덜 안전할 수 있다는 게 최근 몇 년의 교훈이다.

그래서 나는 복잡한 배합 대신 단순한 구조를 택했다. 금융자산 대부분은 S&P 500과 나스닥100 인덱스 ETF에 담아 시장 전체의 장기 우상향에 베팅하고, 폭락장을 몇 년간 버틸 현금과 일부 채권성 자산을 따로 떼어둔다.

이 구조의 목적은 하락장을 피하는 게 아니라, 하락장이 왔을 때 지수 ETF를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생활비는 미리 떼어둔 현금에서 꺼내 쓰고, 지수 ETF는 시장이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손대지 않는다.

흔들리는 전통적인 자산 배분 시소 대신 S&P 500 지수 ETF와 현금이라는 두 개의 견고한 기둥 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는 은퇴자 일러스트

안판다의 생각

이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며 확인한 건, 지수 투자와 자산 배분이 반대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자산 대부분을 S&P500과 나스닥100에 맡기지만, 하락장이 몇 년씩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 시간을 버틸 현금이라는 최소한의 완충 장치는 반드시 곁에 둔다.

한때 유행하던 사계절 포트폴리오 같은 조합을 시도하다가 채권이 기대만큼 버텨주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국채 발행의 남발로 인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계 1등 지수에 금융 자산의 대부분을 넣고 폭락장을 버틸 정도의 현금성 자산만 별도로 쌓아두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요즘 같이 인플레이션이 심한 시기에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들고 있으면 내 자산의 가치가 증발하는게 눈에 보이는거 같아 솔직히 아깝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이다.

몇 푼 더 벌자고 전체 자산을 주식에 몰빵 했다가, 폭락장이 오면 헐값에 주식을 팔아 생활비로 써야 하는 고통을 생각해보자. 그냥 약간의 보험료를 낸다고 생각하면 편할것 같다.

은퇴는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수 투자를 오래 할 계획이라면 조만간 나도 이 인출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날이 오기 전에 원칙을 세워두는 것과 하락장이 온 다음 허둥대며 정하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은퇴자에게 인출 순서 위험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

은퇴자는 생활비를 위해 하락장에서도 강제로 자산을 인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락장 초반에 인출한 만큼의 자산은 이후 회복장에 참여할 기회를 완전히 잃는다.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도 하락장을 언제 만나느냐에 따라 노후 자산의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Q2. 워 체스트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가?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앞으로 2년 치 생활비를 현금이나 초단기 자산으로 떼어두는 방식이 흔히 제시된다. 목적은 주식을 완전히 버리는 게 아니라 하락장 한복판에 장기 자산을 강제로 팔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Q3.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는 이제 의미가 없는 건가?

의미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주식과 채권이 항상 반대로 움직인다는 전제가 2022년처럼 무너지는 시기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채권을 포트폴리오에 넣는다면 그 자산이 정확히 어떤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이해하고 넣어야 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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