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일론 머스크를 두고 흥미로운 평가를 남겼다.
멍거는 “그는 불가능한 일을 맡아서 해낸다”고 말했고, 버핏은 곧바로 “워런과 나는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쉬운 일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 짧은 대비가 사실은 장기 인덱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을 담고 있다.
머스크는 자신을 “병적으로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로켓을 쏘아 올리고 자율주행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는, 병적인 낙관주의 없이는 애초에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었다.
반면 버핏과 멍거는 정반대의 태도를 택했다. 그들은 “틱택토 게임 정도로 이길 수 있는 일이면 한다”고 말했고, 이는 화려한 도전 대신 실패 확률이 낮은 쪽을 의도적으로 고른다는 선언이었다.
왜 보통 투자자에게는 ‘쉬운 게임’이 정답인가
머스크식 낙관주의는 소수의 천재적 창업가에게는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식이다.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크게 배팅해 불가능한 수익을 노리는 전략은, 성공했을 때의 보상은 크지만 실패했을 때 원금을 크게 잃을 위험도 함께 커진다.
버핏과 멍거가 말한 ‘쉬운 게임’의 본질은 예측 불가능한 승부를 피하고, 확률적으로 유리한 자리에만 서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이 원칙을 가장 단순하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투자다. 특정 기업의 미래를 맞히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 시장 전체의 장기 성장에 올라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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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투자가 ‘쉬운 게임’인 이유는 뭔가
인덱스 투자가 쉬운 이유는 판단해야 할 변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 어떤 기업이 다음 10년을 이끌지, 어떤 산업이 뜨고 질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S&P500은 1957년 출범 이후 연평균 약 10.5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최근 30년 구간으로 좁혀도 연평균 10퍼센트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개별 종목을 골라 이 수익률을 꾸준히 넘어서는 투자자는 전문 펀드매니저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즉 인덱스 투자는 ‘이기기 쉬운 게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지기 어려운 구조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시장 전체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해온 역사적 데이터가 이 구조를 뒷받침한다.
낙관주의와 보수적 태도, 무엇이 더 오래 가는가
버핏은 같은 자리에서 보험업의 핵심 원칙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늘 비관적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악을 가정해야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원칙은 보험업뿐 아니라 투자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이 급락할 때 낙관적인 예측에 의존한 투자자는 쉽게 흔들린다. 반면 처음부터 시장이 언젠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짠 투자자는 같은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킬 여력이 남는다.
인덱스 장기투자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개별 기업의 리스크를 분산시켜두었기 때문에, 특정 사건 하나로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안판다의 생각
일론 머스크는 분명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위대한 기업가이다. 하지만 나는 머스크가 아니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일론 머스크가 맞다면 내 블로그에 방문해주셔서 영광이다 ^^;)
불가능한 일에 배팅해 성공하는 이야기는 늘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그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실패한 배팅이 조용히 묻혀 있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나도 어릴때는 무모한 도전을 즐겼고 그게 남자답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수많은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기에 그게 무가치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은퇴가 가까운 나이에서의 실패는 남은 여생의 삶의 질을 극단적으로 추락시키는 무모함이 될수 있다.
버핏과 멍거가 반복해서 강조한 ‘쉬운 게임’이라는 표현은, 사실 겸손이 아니라 냉정한 확률 계산이다. 이길 확률이 낮은 게임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인덱스 투자는 이 원칙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방법이다.
물론 인덱스 투자도 만능은 아니다. 시장 전체가 장기간 침체할 가능성, 특정 국가나 지수에 대한 편중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를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나는 화려한 도전보다 담담하게 버틸 수 있는 구조를 택하는 쪽이 결국 오래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워런 버핏과 멍거가 말한 ‘쉬운 게임’은 무슨 뜻인가?
승부가 불확실한 도전을 피하고 확률적으로 유리한 자리에만 서겠다는 투자 태도를 의미한다. 이들은 틱택토처럼 이길 확률이 높은 게임만 선택한다고 밝혔다.
Q2. 인덱스 투자가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뭔가?
개별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시장 전체의 장기 성장에 올라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판단해야 할 변수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실패 확률이 낮은 구조를 갖춘다.
Q3. 일론 머스크식 낙관주의와 인덱스 투자는 어떻게 다른가?
머스크의 낙관주의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배팅해 큰 보상을 노리는 방식으로, 성공과 실패의 폭이 모두 크다. 인덱스 투자는 반대로 확률이 유리한 구조를 선택해 큰 실패를 피하는 데 초점을 둔다.
참고자료
- Elon Musk says he’s an unrelenting optimist. Warren Buffett made a similar point about the Tesla chief’s vision and drive, Markets Insider
- What is the S&P 500 and stock market average return?, Fidel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