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질문을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답을 찾겠다며 더 똑똑한 펀드매니저를 고르거나, 더 정교한 전략을 세우려 한다. 그런데 데이터는 오래전부터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인덱스 펀드란 무엇인가
인덱스 펀드는 특정 지수(Index)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고르지 않는다. 컴퓨터가 규칙에 따라 지수 구성 종목을 사고판다. 그래서 패시브(Passive) 투자라고도 부른다.
S&P500 인덱스 펀드라면 미국 대형주 500개를, MSCI World 인덱스 펀드라면 전 세계 23개 선진국 주요 기업 약 1,400개를 한 번에 담는다.
시장을 이기지 않는다. 시장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게 단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게 강점이다.
왜 인덱스가 전문가를 이기는가
핵심은 분산투자의 구조에 있다.
인덱스 펀드는 수백, 수천 개의 기업을 동시에 담는다. 특정 종목이 망해도 나머지가 버텨준다.
반면 액티브 펀드매니저는 “이 종목이 오를 것”이라는 판단 아래 집중 투자한다. 그 판단이 맞으면 시장을 이기지만, 틀리면 시장보다 더 크게 진다. 문제는 그 판단이 장기적으로 맞을 확률이 생각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나도 나름의 생각과 예측으로 특정 종목을 골라 수많은 투자를 해보았다. 결과는 여러분이 예상하셨듯 별로 좋지 않았다.
S&P 다우존스 인덱스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SPIVA 스코어카드에 따르면, 15년 장기 시계열에서 미국 대형주 액티브 펀드의 90% 이상이 S&P500 인덱스에 뒤처졌다.
1년 단위로 보면 절반 가까이 시장을 이기기도 한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기는 펀드의 비중은 급격히 줄어든다. 10년, 15년이 되면 “이길 확률”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건 특정 연도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십 년간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수수료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격차
분산투자 구조 외에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이 있다. 수수료다.
액티브 펀드는 보통 연 1% 이상의 운용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 1%는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매년 먼저 빠져나간다. 반면 대표적인 S&P500 인덱스 ETF인 Vanguard VOO의 운용보수는 연 0.03%다.
차이가 0.97%포인트처럼 보이지만, 30년 복리로 따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억 원을 연 7% 수익률로 30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수수료 0.03%와 1%의 최종 자산 차이는 약 2억 원 이상이다. 수익을 더 내서 따라잡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구조적으로 불리한 게임을 하는 셈이다.
나는 VOO 대신 SPYM ETF에 투자한다. 운용보수가 연 0.02%로 VOO(0.03%)보다 약 33% 저렴하다. 거래량도 충분하고, 운용사는 한때 세계 최대 ETF였던 SPY를 만든 State Street다. 수수료 절감과 운용사 신뢰도, 두 가지를 함께 챙길 수 있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인덱스 펀드의 두 가지 형태
인덱스 펀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인덱스 뮤추얼펀드는 하루 한 번 가격이 정해지며 단위(유닛) 형태로 거래된다.
ETF(상장지수펀드)는 주식처럼 장중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미국 인덱스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국내 증권사 계좌를 통해 VOO, IVV, SPYM 같은 미국 상장 ETF를 직접 매수하거나, 국내에 상장된 ‘TIGER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같은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운용보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구조 자체는 동일하다.
고를 때 반드시 확인할 것들
같은 인덱스를 추종한다고 해서 모든 펀드가 동일하진 않다. 아래 세 가지는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운용보수(Expense Ratio)
낮을수록 좋다. 같은 S&P500을 추종하는 ETF라도 운용보수가 2~3배 차이나는 경우가 있다. ETF 검색 시 운용사 공식 사이트(Vanguard, iShares, State Street 등) 또는 ETF.com, 국내의 경우 네이버 금융·한국거래소(KRX) 종목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펀드가 실제 인덱스를 얼마나 잘 따라가는지의 오차다. 작을수록 좋다. ETF.com이나 Morningstar에서 해당 ETF의 Tracking Difference 항목을 확인하면 된다. 국내 ETF는 한국거래소 ETF 포털(etf.krx.co.kr)에서 추적오차율을 조회할 수 있다.
지수 구성 확인
예를 들어 MSCI World는 신흥국을 포함하지 않지만, MSCI ACWI는 신흥국까지 포함한다. 내가 무엇에 투자하는지 모르고 투자하는 건 인덱스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어기는 것이다. MSCI 공식 사이트(msci.com) 또는 각 ETF 운용사 홈페이지의 Index 탭에서 구성 국가와 섹터 비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숫자로 본 성과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면 와닿지 않는다. 실제 수치를 보자.
VOO의 5년 연환산 수익률은 +14%다. 이를 5년 누적 복리로 환산하면 약 +93%가 된다. MSCI World 인덱스를 추종하는 펀드의 5년 누적 수익률도 비슷한 수준인 +92%다.
물론 과거 성과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보여주는 건 하나다. 시장을 추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안판다의 생각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확인한다.
나는 애초에 “시장을 이겨보겠다”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를 읽고 내린 가장 이성적인 결론이다.
90%의 전문가가 지는 게임에서 나 같은 개인투자자가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물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베팅하는 데 드는 비용, 시간, 심리적 소모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수수료 1%의 차이는 처음엔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20년, 30년이 지나고 나면 그 차이는 은퇴 후 삶의 질을 바꾼다.
나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내년에 S&P500이 오를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20~30년이라는 시계열에서 인류가 계속 성장하고 기업들이 계속 이익을 낼 것이라는 데에는 여전히 신뢰를 둔다. 그 신뢰를 담은 인덱스를, 낮은 비용으로, 오래 보유하는 것. 그게 내 투자의 전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