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시장, 고평가된 거 맞죠?” 수많은 투자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 질문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게 직접 던진 기자가 있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간결하고 단호했다.
“아무도 모릅니다(Nobody knows that).” 현대 금융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유진 파마(Eugene Fama)가 한 말이다.
이 한 마디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수십 년간 주식 시장 데이터를 연구해온 경제학자가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이 결론이 바로 인덱스 장기투자의 뿌리다.
인덱스펀드는 어디서 왔나
인덱스 투자의 이론적 토대는 시카고대학 부스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에서 만들어졌다. 부스 스쿨은 1968년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된 이래 10명의 교수가 수상했으며, 이는 전 세계 어떤 대학보다 많은 숫자다.
그 중심에 유진 파마가 있다. 그는 1965년 논문 “주가의 랜덤워크(Random Walks in Stock Market Prices)”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s Hypothesis)’을 제시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주식 시장의 가격에는 이미 모든 공개 정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인덱스 투자와 패시브 투자가 자연스럽게 파생됐다.
파마와 함께 켄 프렌치(Ken French), 마이런 숄스(Myron Scholes), 머튼 밀러(Merton Miller), 더그 다이아몬드(Doug Diamond), 피셔 블랙(Fischer Black) 같은 학자들이 리스크 모델링과 증권 가격 산정의 이론적 틀을 만들었다. 이 연구들이 현재 163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주식시장 가치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론을 돈으로 바꾼 사람들
이 이론을 실제 펀드로 구현한 사람이 데이비드 부스(David Booth)다. 캔자스주 농촌 마을 가넷(Garnett) 출신으로, 아버지가 병원비를 빌려야 할 만큼 가난했던 그는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에서 파마 밑에서 공부했다.
부스는 1981년 뉴욕 브루클린하이츠의 자택에서 Rex Sinquefield와 함께 DFA(Dimensional Fund Advisors)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현재 운용 자산 약 1조 달러(약 1,4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부스는 이 회사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모교 경영대학원에 3억 달러를 기부했다. 부스 스쿨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경이다.
DFA는 단순한 인덱스 펀드 회사가 아니다. ‘팩터(Factor) 투자’라는 개념을 활용하는데, 시가총액 기반의 인덱스를 그대로 추종하는 대신 가치주, 소형주 같이 장기적으로 초과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검증된 특성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체계적 액티브(Systematically Active)’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9.9%, 이 숫자가 말하는 것
인덱스 투자가 왜 맞는 선택인지를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S&P Global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액티브 뮤추얼펀드의 89.9%가 S&P500 인덱스 수익률을 밑돌았다.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의 90% 가까이가 실패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단기간이 아닌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 기준이다.
액티브 펀드 규모의 변화도 이 흐름을 반영한다. 1993년에는 액티브 펀드 운용 자산이 약 1조 3,000억 달러로, 패시브 인덱스 펀드보다 53배 이상 컸다.
그런데 2026년 5월 기준으로 패시브 뮤추얼펀드와 ETF 규모는 22조 달러로, 액티브 펀드(17조 3,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역전했다. 수십 년에 걸쳐 데이터로 증명한 결과가 투자자들의 선택을 바꾼 것이다.
인덱스펀드도 완벽하지는 않다
다만 부스 자신도 인덱스 투자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진정한 시장 포트폴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시가총액 가중 인덱스가 시장의 합리적인 대리물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게 진짜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스는 “포트폴리오의 40%가 7~8개 종목에 집중되는 게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직접 던지며, 인덱스 내 상위 종목 집중도 문제를 짚었다. 기자가 파마에게 던진 질문에서도 상위 10개 종목이 지수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 언급됐다.
두 사람 모두 이 집중도가 ‘문제’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라면 이 구조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DFA는 이 종목들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는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포트폴리오에 담되, 시장 인덱스가 부여하는 비중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는 것이 부스의 설명이다.
인덱스 제공자에 대한 시각도 주목할 만하다. 부스는 “인덱스 제공자들은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내 이익을 위한 수탁자(fiduciary)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인덱스 펀드가 순수한 패시브 운용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경고다.

액티브펀드가 시장을 이길 수 있나
부스에게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액티브 매니저가 있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그런 사람이 너무 적고, 실력인지 운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유진 파마도 다르지 않다. 기자가 SpaceX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견을 전화 대신 문자로 물었을 때 파마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예측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격은 항상 옳다(the price is always right).” 시장이 매기는 가격을 이기려는 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본다는 뜻이다.
이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의 실천적 함의다. 시장이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알 수 없다면, 타이밍을 재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시장을 믿고, 비용을 낮추고, 오래 유지하는 것이 답이라는 논리는 단순하지만 수십 년의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안판다의 생각
유진 파마의 대답은 처음 들으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다. “모른다”, “예측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십 년간 전 세계 주식 시장 데이터를 연구한 사람이 내린 결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무지의 고백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나온 겸손이다.
15년 동안 액티브 펀드의 89.9%가 인덱스를 이기지 못했다는 사실은, 시장을 예측하거나 이기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 데이터가 미래를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 팩터 투자처럼 인덱스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있고, 그 효과가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문가들조차 꾸준히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면, 나 같은 일반 투자자가 그걸 해내겠다는 생각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시장 타이밍을 맞히겠다고 잘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 굴리는 것 보단, 시장 자체를 믿고 오래 유지하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전략이다.
부스가 말한 것처럼 “시장은 가격을 설정하는 데 꽤 잘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의 예감은 단지 50/50, 동전던지기의 확률에 불과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그것을 확신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인덱스펀드는 누가 만든 건가?
인덱스 투자의 이론적 토대는 시카고대학 부스 경영대학원에서 나왔다. 유진 파마가 1965년 발표한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부스와 Rex Sinquefield가 1981년 DFA를 창업하며 이론을 실제 펀드로 구현했다. 현재 DFA의 운용 자산은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Q2. 지금 주식 시장은 고평가된 건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는 “아무도 모른다”고 단언한다. 시장 가격에는 이미 모든 공개 정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고 타이밍을 재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효율적 시장 가설의 핵심이다.
Q3. 액티브 펀드와 인덱스 ETF, 어느 쪽이 수익률이 높은가?
S&P Global 연구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액티브 뮤추얼펀드의 89.9%가 S&P500 인덱스 수익률을 하회했다. 전문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 기준으로도 10개 중 9개는 인덱스를 이기지 못한 셈이다.
Q4. 인덱스 제공자를 믿어도 되는 건가?
부스는 “인덱스 제공자들은 합리적이지만 투자자의 수탁자(fiduciary)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덱스가 바뀌면 펀드도 따라 바뀌기 때문에, 인덱스 펀드가 완전한 패시브 운용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인덱스 투자의 장점은 유효하지만, 그 구조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