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장한 스페이스X를 두고 벌어진 몸값 논쟁은, 미국 주식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뉴욕대 교수 애스워스 다모다란이 내놓은 밸류에이션 숫자 하나가, 지수 추종을 선택한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근거가 된다.
지난 6월 스파클라인 캐피털의 카이 우가 진행한 팟캐스트에서, ‘밸류에이션의 대가’로 불리는 다모다란은 스페이스X의 적정 가치를 약 1조 3천억 달러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상장 당시 제시했던 1조 7,700억 달러보다 한참 낮은 숫자였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거래에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후 등락을 거치며 최근에는 1조 4천억 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같은 회사를 두고 경영진과 저명한 밸류에이션 전문가의 숫자가 이렇게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개별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계산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를 말해준다.
아래 포스트에서 Ai를 이용한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다루었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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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다란이 스페이스X를 1조 3천억 달러로 평가한 근거는 뭘까?
이론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현금흐름을 현재 시점으로 환산한 값이다. 쉽게 말하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전부 더한 뒤, 그 돈을 지금 당장 받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깎아낸 액수다.
문제는 이 계산을 하려면 회사가 제품을 얼마나 팔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를 회사가 존속하는 마지막 해까지 전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부채와 자본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금리와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마찬가지다. 이 가정 중 하나만 틀려도 전문 분석가들이 말하는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 문제가 생긴다. 즉 틀리거나 부족한 정보를 집어 넣으면 틀린 결과가 나올수 밖에 없다는거다.
다모다란 스스로도 이 점을 인정했다. 자신의 스토리와 계산에 대해 “그렇게 많은 가정을 하고 있다는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걸 알면서도, “그렇다, 인정한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돌아봐도, 경제의 부침과 소비자 관심의 변화, 기술의 방향까지 온전히 맞춰 예측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기업가치평가에서 가장 큰 ‘보이지 않는 자산’은 뭔가?
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이름은 ‘인탠저블 이코노미’였다. 다모다란은 이 이름을 두고 “가장 큰 무형자산이 뭔지 아느냐”고 되물으며 “미래 성장”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자산은 부동산, 설비, 재고, 현금 같은 유형자산과 특허, 저작권, 영업권 같은 무형자산으로 나뉜다. 무형자산은 손으로 만질 수도, 고철처럼 되팔 수도 없어서 값을 매기기가 특히 까다롭다.
기업가치평가에서 실제 가치의 대부분은 올해나 내년에 버는 돈에서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수십 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돈에서 나온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지금 적자를 내는 회사가 왜 천문학적인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도 설명이 된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지금까지 잃은 돈이나 앞으로 더 잃을 돈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먼 미래에 벌어들일 돈에 베팅하는 것이다.
다모다란은 “숫자에만 집착한다면 스페이스X는 지금 갖고 있는 것만 보고는 투자로서 형편없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앞으로 무엇을 해낼지는 재무제표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만 보고 기업을 판단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다모다란이 밸류에이션 수업 첫날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숫자로 일하는 게 편한지, 이야기를 만드는 게 편한지를 묻는 것이다. 그의 관찰에 따르면 숫자에 강한 학생들은 주로 은행가나 가치투자자가 되고, 이야기를 잘 만드는 학생들은 벤처캐피털리스트나 창업자가 된다.
그는 어느 한쪽이 더 옳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한쪽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면 제대로 된 밸류에이션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고 봤다. 숫자 중심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현재 재무제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두고 “유치원생 성적표를 보고 이 아이가 대학에서 뭘 하게 될지 추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스페이스X의 현재 재무제표로 미래를 판단하는 일이 딱 그렇다는 뜻이다.
실제로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같은 회사들도 초창기 사업계획서에는 없던 사업에서 지금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미국 주식 개별 투자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여기까지 보면, 개별 기업 하나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는 게 분명해진다. 미래 매출, 비용, 자본구조, 금리, 그리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사업까지 전부 맞춰야 하는데, 이걸 매번 정확히 해내는 사람은 없다.
이 지점에서 지수 추종의 논리가 힘을 얻는다. 개별 종목을 골라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시장 전체를 담은 인덱스 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특정 기업의 스토리가 틀릴 위험을 굳이 혼자 짊어질 필요가 없다.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지수는 수백 개 기업의 성장과 쇠퇴를 동시에 평균 내기 때문에, 어느 한 기업의 밸류에이션 논쟁에 내 자산의 운명을 걸지 않아도 된다.
인덱스 투자는 개별 기업의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재능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장 전체가 장기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지난 수십 년의 흐름을 믿고 그 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다모다란처럼 평생 밸류에이션을 연구한 전문가조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가정을 인정하며 접근하는 걸 보면, 평범한 개인이 개별 종목으로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주제에 대해선 아래 글을 참고하자.
관련 포스트: 전문가도 90%가 지는 게임, 내가 인덱스 ETF를 선택한 이유

안판다의 생각
스페이스X 밸류에이션 논쟁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하나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도 수많은 가정을 깔고 계산할 수밖에 없다면, 나 같은 개인 투자자가 개별 종목의 미래를 맞히려는 시도는 애초에 승률이 낮은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개별 기업 분석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모다란의 접근처럼 숫자와 이야기를 함께 보는 훈련은 투자를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그 결과가 매번 정확할 거라 기대하는 순간, 시장은 나의 오만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그래서 나는 개별 기업의 미래 성장을 혼자 예측하는 대신, 시장 지수 전체에 장기 투자하는 쪽을 택했다. 어느 한 기업의 스토리가 틀렸다고 해서 내 노후 자금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5년전에 앤비디아, 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성장할줄 예상할수 있었는가? 반대로 5년후에 앤비디아, 하이닉스가 지금처럼 잘 나갈지 아닐지 알수 있을까?
지난 수십 년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전체 시장은 다양한 위기를 지나 결국 우상향해왔다. 하지만 개별 기업은? 난 모르겠다, 당신은 자신있게 예측할수 있는가?
만일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둘중 하나다. 당신은 신이거나 그냥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보일뿐이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시장에 수업료를 더 내고 나면 그때 알게 될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기업가치평가에서 무형자산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기업 가치의 대부분은 앞으로 벌어들일 미래 성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특허나 영업권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자산이 이 미래 성장을 담고 있어, 적자 기업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Q2. 재무제표, 사업계획만으로 기업의 미래를 판단하면 안 되는 건가?
그렇다. 다모다란은 이를 유치원생 성적표로 대학생활을 예측하는 것에 비유했다.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도 초창기 사업계획에 없던 사업에서 지금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Q3. 개별 기업 주식 대신 인덱스 투자를 택하는 이유는 뭔가?
개별 기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전문가조차 수많은 가정에 의존해야 할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지수 추종은 수백 개 기업의 성장과 쇠퇴를 평균 내어, 한 기업의 스토리가 틀릴 위험을 분산시켜준다.
참고자료
- 3 brilliant quotes on the challenge of valuing companies, TKer
- Revisiting the SpaceX Valuation: A Post-Prospectus Update, Aswath Damodaran’s Substack
- SpaceX IPO: Market cap tops $2 trillion after shares gain 19%, CN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