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폭락을 경고하는 차트는 몇 달에 한 번씩 인터넷을 뒤덮는다. 이번에는 미국 주식 시장의 신용융자잔고, 즉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빌려 주식을 사는 돈의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역대급으로 커졌다는 차트였다.
제목만 보면 폭락장이 코앞에 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비교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자산운용 전문가 JC 파레츠는 신용융자잔고를 GDP와 비교하는 방식이 마치 집값을 아이오와주 옥수수 생산량과 비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빌린 돈의 규모를 봐야 한다면, 그 돈이 실제로 사들이는 대상인 주식시장 규모와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융자잔고와 GDP를 비교하는 차트, 왜 근거가 부족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GDP는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나타내는 지표일 뿐, 투자자들이 빌린 돈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이 자기 돈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대출금을 뜻한다.
집을 살 때 대출을 많이 받으면 집값이 떨어졌을 때 손실도 커지는 것처럼,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나면 시장이 하락할 때 투매가 겹치며 하락폭이 커질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위험을 가늠하려면 빌린 돈의 크기를 그 돈으로 산 자산인 주식시장 전체 규모와 견줘봐야 한다. GDP와 비교하는 건 애초에 질문 자체가 잘못된 셈이다.
사과와 사과를 비교해야 정확하다
이웃이 우리 집이 아이오와 옥수수 생산량보다 비싸다며 집값이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면 누구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집값이 비싼지 알고 싶다면 근처 다른 집들과 비교해야 맞다.
신용융자잔고도 마찬가지다. 빌린 돈을 미국 증시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현재 신용융자잔고 비율은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수준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1980년대와 2007년 당시보다도 낮은 편이다.

레버리지 ETF는 정말 급증했나?
미국시장에서 레버리지 ETF, 레버리지 ETN, 개별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모두 합쳐도 자산 규모는 2000억 달러 수준으로, 미국 증시 전체의 약 0.25%에 불과하다. 엔비디아나 테슬라, 팔란티어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상품 종류가 많아진 것과 실제로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훨씬 더 많이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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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커피숍이 20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아침마다 커피를 열 잔씩 마시는 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해서 전체적인 그림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진짜 봐야 할 신호는 무엇인가?
주가폭락을 걱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조정과 하락장은 투자의 일부이고, 실제로 최근 알리안츠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이 곧 경기침체가 올 거라 믿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미 시장 분위기 자체가 꽤 비관적인 상태라는 뜻이다.
아래는 시장을 뒤덮는 비관적인 분위기와 극단적인 공포 심리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키기 위한 시장 사이클과 투자자 심리학에 대해 써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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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근거 없이 무서운 차트 하나만 보고 폭락장을 확신하는 태도다. 주가 하락 흐름이나 시장 폭이 좁아지는 신호, 신용시장의 경고음이라면 눈여겨볼 이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맥락 없이 신용융자잔고 숫자만 들이대는 차트는 그 자체로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안판다의 생각
결국 숫자가 아니라 비교 대상이 문제였다. 같은 데이터라도 무엇과 나란히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지수 투자를 오래 해온 입장에서 이런 공포 차트는 낯설지 않다. 몇 달에 한 번씩 등장하는 폭락장 예고편 같은 그림들은 늘 그럴듯한 과거 사례를 끌어다 붙이지만, 정작 비교 방식 자체를 뜯어보면 허술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무조건 낙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시장이 꺾일 이유는 언제든 존재하고, 실제로 하락장은 주기적으로 온다. 다만 그 판단은 맥락이 빠진 차트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신호를 함께 놓고 내려야 한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레버리지나 신용융자잔고 등 왠지 무서워보이는 숫자를 볼 때마다 나는 이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엇과 비교된 숫자인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그래야 근거 없는 공포에 흔들려 원칙을 저버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나면 주가폭락 신호로 봐야 하는가?
신용융자잔고 자체보다 무엇과 비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GDP와 비교하면 왜곡된 결론이 나오지만, 미국 증시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현재 수준은 역사적으로 평범한 편이다.
Q2. 레버리지 ETF 때문에 시장이 더 위험해졌다는 게 사실인가?
레버리지 ETF, ETN을 모두 합쳐도 미국 증시 전체의 약 0.25%에 불과해 시장 전체를 흔들 규모는 아니다. 관련 상품 종류가 늘어난 것과 실제 위험이 커진 것은 별개의 문제다.
Q3. 폭락장을 걱정하는 게 항상 잘못된 판단인가?
그렇지 않다. 조정과 하락장은 투자의 정상적인 일부이며, 실제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문제는 근거 없는 공포성 차트 하나에만 의존해 판단하는 태도다.
참고자료
- This Chart Is Designed To Scare You, TrendLabs
- Margin Debt and Leverage in the U.S. Stock Market, FIN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