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은 개인 투자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무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두 명이 힘을 합쳐 만든 헤지펀드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도 결국 같은 이유로 무너진 적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10만 명 넘는 투자자가 몰렸다는 소식을 보고, 30년 가까이 시장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왜 이렇게 열풍인가?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 인버스 ETF와 ETN 16종이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상장 전부터 사전 교육 신청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상장 당일 코스피는 장중 8450선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다시 썼다.
문제는 이 상품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상장 이후 최대 낙폭이 평균 37퍼센트에 달했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기초 주가 낙폭의 두 배 수준이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오르면 배율을 맞추기 위해 운용사가 더 사고,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구조라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성격을 갖고 있다.
게다가 단일종목 상품은 여러 종목에 분산된 지수 추종 펀드가 아니라 하나의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구조라서, 개별 기업의 악재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별도로 경고한 부분이다.
왜 천재들이 만든 펀드도 무너졌을까?
1994년 미국에서 설립된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LTCM은 채권 트레이더 존 메리웨더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런 숄즈, 로버트 머튼이 만든 정교한 수학 모델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연 17에서 43퍼센트에 이르는 고수익을 냈다.
문제는 성공 그 자체였다. 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자 LTCM은 1997년 말 투자자들에게 27억 달러를 강제로 돌려주는, 업계에서 거의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LTCM의 진짜 실수가 나온다. 자본을 줄였음에도 기존 포지션 규모는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빌렸고, 그 결과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25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1998년 8월 러시아가 국채 상환을 중단하자 LTCM의 모델은 정반대로 작동했고, 한 달 만에 자산의 44퍼센트가 사라졌다. 결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나서 14개 금융기관이 36억 달러를 투입하는 구제안을 만들어야 겨우 파산을 막을 수 있었다.

LTCM 사태와 한국 IMF 위기, 무슨 연관이 있나?
두 사건은 시기적으로도 거의 겹친다. 1997년 한국은 단기외채에 과도하게 의존한 은행과 기업들이 외화 상환 압박을 받으면서 외환위기를 맞았고, 결국 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LTCM 위기는 그 여진이 아직 남아 있던 1998년, 러시아 채권 부도라는 새로운 충격이 겹치며 벌어진 사건이다.
두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자신의 전망과 모델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바탕으로 빌린 돈의 규모를 키웠고,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는 순간 그 확신은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바뀌었다.
국가든 헤지펀드든 개인이든, 레버리지는 예측이 맞을 때는 수익을 배로 늘려주지만 예측이 틀리는 순간 리스크를 두배로 늘려준다는 점에서 본질이 같다.
지금 레버리지 ETF 열풍이 위험한 이유는?
삼전,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몰리는 돈은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 자신의 전망, 반도체 업황은 계속 좋을 거라는 확신에 베팅하는 행위다.
그런데 LTCM의 모델도, 1997년 한국 정부와 기업의 판단도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은 언제나 참여자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레버리지 상품은 그 오차를 견딜 수 있는 완충 장치가 거의 없다.

안판다의 생각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신하는 건, 결국 내가 지수를 추종 장기투자를 고집하는 이유다.
LTCM의 실패도, 1997년 위기도 모델이나 정책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기보다는 그 확신을 유지하기 위해 빌린 돈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데서 시작됐다.
삼전, 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판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하루 이틀의 변동성만으로 원금이 무너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 보유와는 원래 어울리지 않는 상품이다.
물론 인덱스 투자도 만능은 아니다. 시장 전체가 장기간 하락하면 인덱스도 손실을 피할 수 없고, 분산이 됐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어떤 자산이나 종목의 미래를 정확히 맞출 자신이 없고, 그 확신을 배로 키우기 위해 빚을 내는 선택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판다.
안판다의 FAQ
Q1. 레버리지 ETF는 왜 위험한가?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변동폭의 두 배로 수익과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국내 주식 가격제한폭이 상하 30퍼센트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최대 60퍼센트 손실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감독원의 설명이다. 게다가 운용사가 배율을 맞추기 위해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구조라 변동성 자체를 키우는 성격도 있다
Q2. LTCM 사태와 한국 IMF 외환위기는 어떤 관련이 있나?
두 사건 모두 자신의 전망과 판단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바탕으로 빚을 늘렸다가 예상과 반대 상황이 벌어지자 되돌릴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진 사례다. 1997년 한국은 단기외채에 의존한 금융 구조 때문에 외환위기를 맞았고, LTCM은 그 여진이 남아 있던 1998년 러시아 위기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맞물려 있다.
Q3. 왜 레버리지 대신 인덱스 장기투자가 답인가?
인덱스 장기투자는 특정 종목이나 시점에 대한 확신에 베팅하지 않고 시장 전체의 장기 성장에 분산해서 참여하는 방식이다. LTCM과 IMF 사태 모두 특정 전망에 대한 과신이 빚의 규모를 키운 게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확신을 배로 만드는 레버리지보다는 시간을 배로 활용하는 인덱스 투자가 구조적으로 더 안전하다.
참고자료
- The Hedge Fund That Was ‘Too Good’ Handed Back $2.7 Billion, Then Blew Up the Economy, 24/7 Wall St
- Near Failure of Long-Term Capital Management, Federal Reserve History
- ‘삼전닉스’ 2배 수익 ETF 온다, 하루 60% 손실 날 수도, 연합뉴스TV
- ‘삼성전자·하이닉스 레버리지’ 소비자 경보, MBC 뉴스


